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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원을 피해 프리랜서로 간 이유
퇴사를 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 동안 프리랜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활동해왔다. 퇴사를 할 때 느꼈던 점들과 그리고 프리랜서로 정직원 제안을 매번 받았지만 거절해온 이유를 공유하고 싶었다.
먼저 프리랜서로 시작한 상황을 설명한다. 내가 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정직원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첫 프리랜서
지방에서의 개발자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먼저, 회사가 얼마 없고, 수익이 많지 않다. 경력 상관없이 연봉이 3천만원대가 한계라고 봐야한다.
이러한 현실에 현타가 와서 현대자동차 촉탁직(연봉 6천 이상줌)에 지원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공장에 지원해서 잠깐 일했다. 1주일 일하고 세후로 90만원을 받았다. 사실은 현대자동차 공장은 새벽에 일하지 않는 2교대 근무라서 퇴근하고 개발공부 해야지 생각이었는데, 공장에서 일하면서 개발 공부는 커녕 일을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아무런 계획없이 서울에 상경했다.
쿠팡 상하차 알바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부랴부랴 이력서 준비해서 세군데 정도 지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프리랜서 구하는 공고에도 지원했다. 나는 면접에 약하다보니 개같이 멸망했지만 프리랜서 면접에는 아슬아슬하게 합격했다. 제일 권한이 높은 사람이 나의 인상이나, 개발에 임하는 태도를 좋게 봐주셔서 겨우 붙었던 것 같다. 물론 이후는 성과는 좋았고, 정직원 제안받아 2년간 더 일했다.
당시 놀라웠던 점이 계약금액이 월 600만원이었던 점이다. 나는 평생 이 월급을 받아볼 수 없을 줄 알았다.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
많은 개발자들이 인식하듯 나도 어디서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이 정말 좋지 않다. 그래서 나도 프리랜서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급박하니 프리랜서라도 해야겠고, 돈도 많이 주니 나는 오히려 새로운 커리어를 밟게 된 기회를 얻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퇴사후 쉬지 않고 프리랜서로 3개의 회사에서 일했는데, 전부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직원을 뽑는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비스는 빠르게 구축하고 싶어서 프리랜서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딱 한번, 다른 프리랜서랑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다. 커뮤니케이션 없이 자기 생각대로 먼저 구현하고 뒤늦게 기능에 대해 상세한 가닥이 잡히면 그건 안되겠다고 떽떽, 매일 지각하는데 퇴근시간 10분전 부터 화장하며 퇴근준비, 개발 지식이 없어서 헛소리함, 일단 모든걸 다 할 수 있다고 함. 해당 일은 내가 못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회사의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격려에 잔류하게 되었다.
한 회사에서는 경력이 많은 PM님에게 프리랜서에 불신을 가졌는데 왜 뽑으시냐 물어본 적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해주셨다. “프리랜서를 많이 고용해봤지만 엉망인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괜찮은 사람도 있었다.”
정직원은 왜 안해?
앞서 우연히 프리랜서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프리랜서가 계획은 아니었지만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되었고, 다음의 이유로 나는 정직원의 길을 벗어나고자 했다.
1. 성향이 맞지 않음
나의 웹개발은 편리함을 위한 도구이다. 엑셀시트를 웹으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했다. 불편함을 캐치하고, 아이디어내서 이를 빠르게 개발해서 만족을 주는데 흡족하다.
물론 회사도 팀을 이루어 고객의 니즈를 들어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타겟이 대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솔직히 내 능력을 벗어난다.
2. 트렌드 변화
10년전부터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교사도 석사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즉, 해고가 되도 밥벌이 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놔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럴바엔 그냥 프리랜서로 활동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커리어를 바꾸는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에 대응하는게 젊을 때 만큼 빠르지도 않다. 신체적인 한계가 있고, 쓸데없는 고집이나 자존심 등으로 유연함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직을 하면 되지 않냐겠지만, 개인적으로 면접 준비하다가 그냥 포기해버렸다. 반면 프리랜서나 외주의 인터뷰는 비교적 편하다. 업무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MVP가 우선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일을 했고 할 수 있는지 설명하면 된다. 물론 포트폴리오가 몇개 없고 정리도 안되서 서류 탈락한 데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소규모 사업자의 증가와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개발자 수요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소속감과 급여 차이
군대에선 같은 소대, 중대라면 계급에 따른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다른 대대만 가도 이등병이든 병장이든 그냥 아저씨이다.
프리랜서도 비슷하다. 당연히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다하고 일을 하지만, 일 처리만 잘하고 근태 문제가 없다면 실적에 대한 압박은 없고 추궁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비교적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실적을 만들어야하는 정직원일때 비해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그리고 프리랜서는 급여도 높은 편이다. 흔하진 않지만 700~800만원대로 금액이 쎈 프로젝트들이 있다. 이런 것들로 골라가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생각해야할건 통장에 바로 꽂히는 돈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퇴직금, 연차등을 계산하면 프리랜서로 월 600만원을 받는다면 내가 정직원일 때 받던 연봉 기준해서는 전체적으로 비교했을 땐 사실 별로 차이가 없다.
결론
나는 수입을 늘리고 싶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개발만이 아니라 조금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싶다.
수입을 늘리려면 내가 가진 능력을 돈으로 환산해야하는 것이고, 생산성이 좋다면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선 또 다른 업무를 받을 뿐이다. 또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그나마 조절이 가능하지만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선 정직원이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라면 정직원으로라도 한다.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외주를 더 늘려볼 생각이다. 외주는 출근해야하는 프리랜서에 비해 일도 많고 무엇보다 경쟁이 심하다. 리스크를 지고싶진 않아 무리하진 않고 있는데, 생산성을 높이고 나도 경쟁력을 높여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