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개발자로 자리잡기까지

심진석

수정일


한번은 내가 어떻게 개발자 커리어를 이어왔고 생각했는지 정리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두이노 동아리

전자과 출신이다보니 프로그래밍이 종종 겹치긴 했다. PLC라던가 마이크로컨트롤러(C언어)가 그 예이다.

애초에 글씨를 읽는 것도 힘들고, 수학을 잘한 것도 아니었는데, 컴퓨터로 조작을 하는건 대부분 재미있었다. 엑셀, 전자CAD도 빠르게 숙련할 수 있었는데,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로 재미있었고,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논리회로는 어떻게 할만했는데, 전자나 통신이론만 넘어가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새학기에 아두이노 동아리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입했다.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일단 했던 것 같다. “상상을 현실로”라는 슬로건이 나에게 와닿았다. 당시 프로그래밍이라는 분야에서 자주 쓰이던 문구였다.

동아리에선 어려운걸 하진 않았다. 라인트레이서나 센서, 블루투스 다루는 정도에서 끝났다. 그러다 누군가 안드로이드 폰에서 블루투스로 잠금장치 제어하는데 성공했고, 나는 그 잠금장치의 사용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릴 적 제로보드를 설치한 경험이 있어 PHP로 사이트 구축을 시작했고 도서관에서 PHP로 웹 사이트 구축하는 책을 빌려서 따라했다.

나는 따라서 설치해본게 전부였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아두이노에 이더넷 모듈을 연동했고, 웹 호스팅을 받아서 아두이노와 통신했다.

수 개월 삽질한 끝에 웹 개발에 대한 감을 조금이나마 잡게 되었고, 기록 남기는데도 성공했다.

직업의 선택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한 나는 이 길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고등학생 때 엑셀을 배운 적 있었는데, 이걸로 교회에서 출석부 자동 계산과 지인의 금리 관리 시트를 만들어주었는데, 재미있게 했었다.

마침 얼마 전 학교에 웹개발 업체의 채용공고를 다시 살펴보았고 교수님께도 여쭈어 보았지만 이미 기간도 지났고, 내가 컴퓨터학과가 아니라 추천하지 않으셨다. 당시엔 직장 환경이 전자과가 훨씬 유리했다.

전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적응을 잘 못했고, 2년을 휴학하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공장은 처음엔 “이런 일을 하고도 이렇게 큰 돈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한달만 지나니 반복작업이 너무 지루했고 2교대 근무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복학 후 학교에서 전자CAD 수업이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 하던거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이었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orcad

그래서 교수님에게 간택을 받아 자신이 근무 중인 LG에 취업의 기회가 있었다. 600점의 토익점수가 필요하다는 말에 지레 겁먹었고, 애초에 전자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졸업 후에도 반년 이상을 백수로 이어갔고, 다행히 울산에도 웹 개발 업체가 있어 취업을 성공했다.

첫 직장

여러 아르바이트를 거쳤다. 주로 공장이었고 일용직 노가다, 인테리어 잡부,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되었고 그 조금의 지원금으로 취업에 조금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력서는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바탕체 대신 고딕체를 사용했고, 테이블은 헤드에 연한 파란색을 주어 가독성 좋고 깔끔한 이력서가 완성되었다.

면접 땐 운이 좋았는데, 실무자가 외근 중이어서 사장님이 직접 봤는데, 기술적인 질문이 거의 없었다. 솔직히 조금 있긴 했었는데, 어설프게나마 대답은 했었다. 사장님은 아는건 있는데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 열정에 점수를 주셨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월급을 정말 신경쓰지 않느냐는 거였다. 그렇다고 대답했고, 연봉을 1,650만원으로 계약했다. 듣고 “뜨헉” 했지만 내가 했던 말은 지키고 싶었다. 공장 알바가면 이 연봉에 2배 가까이는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현실적인 초봉은 2,000만원 초반이었다. 3,000만원은 정말 잘 받는 조건이었다.

당시엔 개발자가 3D 직종으로 인기가 상당히 없었다. 부모님도 반대했고, 그게 존재하는 직업인지 인지조차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게 이것 저것 재지않고 고민없이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아무튼 첫 직장에서는 일을 잘 쳐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아무런 지식없이 일단 되기만 하면 되는 코드를 작성했다. HTML이나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었다(심지어 수년간).

정보가 많은 것은 좋지만, 그게 올바른 정보여야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취업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성공한 희귀한 케이스이다.

누구나 금방할 수 있을까?

나는 초등학생때 이미 HTML을 경험해봤고, 웹호스팅을 구매해 FTP로 제로보드라는 것을 설치해본 경험이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지는 알고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때 마이크로컨트롤러를 다루면서 C언어에 대한 경험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엑셀을 다루면서 데이터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이쪽으로는 남들에 비하면 습득력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누구나 부트캠프 6개월로 개발자로 많은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간단하게 구현하는 정도는 조금이라도 가능하겠지만 취업을 하고나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고강도의 학습을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나가떨어질 수 있다.